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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행유부득 반구저기, 행하고도 얻지못하니 모든 게 내 탓이다.

不行無得(불행무득)!
행하지 않아서 얻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작은 실수로 인하여 행하고도 얻을 수 없는 불운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름하여
行有不得(행유부득)!
이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감자가 와 이리 싸노?
아주 오래전(40여 년 전) 동료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다. 아파트 단지에 입주해 있는 대형슈퍼에서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감자를 싸게 판다는 전단지가 뿌려졌다.
당시 감자 한 박스(10kg)에 시가 15,000원 하는 감자를 1,000원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 미끼 상품으로 감자를 사용하면서 가격을 10,000원에 책정했는데 잘못된 표기로 1,000원에 판다는 전단지가 뿌려진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다음 날 새벽부터 슈퍼 앞에는 감자 한 박스에 1,000원에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점장이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해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밤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나와 기다렸으니 전단지에 표기된 대로 1,000원에 감자를 내노라는 주장이었다.
결국은 타협안으로 선착순 100명에 한해서 감자를 1인 1 상자씩 1,000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점장의 딱한 사정을 보고 장사진을 보고 줄을 섰던 사람들, 대기시간이 길지 않은 고객들이 물러남으로써 타협안이 채택되었지 싶다.




#2 땅콩이 개꿀이네...
엊그제 제가 평소에 다니던 로컬푸드에서 직접 행하고 겪은 일아다.
이 로컬푸드는 내가 텃밭 농사로 얻은 농산물을 내다 팔기도 하고 생필품을 구입하는 아주 익숙한 곳이다.
千慮一失(천려일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아곳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땅콩 4 단위(350g)를 내다 팔기 위해서
가격표를 붙이면서 단위당 가격 7,500원을 750원으로 잘 못 표기한 것이다.

땅콩 사진(진열대 상단)


늘 해오던 익숙한 일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결과는 불문가지,
당일 땅콩은 쏜살같이 팔려나가고 난 그날 오후 정해진 시간에 웹발신으로 매출액 통보를 받았다.
맨 아래 ‘땅콩 4개, 수세미 1개, 판매금액 6,500원‘이  바로 그것이다.

시골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설 명절을 쇠기 위해서 대전집으로 오기 위해 일을 서둘렀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3만 원도 채 안 되는 적은 돈이지만 결과가 허망하고 기분이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굳이 법률적 의미를 따지자면 상대방을 추적해서 거래를 취소하고 부당이득금으로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서라,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어 담을 수 없는 법,
行有不得(행유부득) 反求諸已(반구저기),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잡고
나에게 다가올 액운을 피해 가기 위한
액땜이요, 액막이라 생각하고 잊어버리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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