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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먹거리

복달임으로 즐기는 삼계백숙(인삼, 닭백숙) 이야기

홀로서 이 땅의 복달임을 감당하는 닭들에게 고한다.
내가 복달임의 소임을 다하고 생을 마감하는 그대들에게 계공(雞公)이라는 시호(諡號)를 내리고 어차피 동일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그대들의 후예들 또한 살아 있는 동안 같은 이름으로 높여 부를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 소이는 자명한 바,
그대들의 죽음에 힘입어 이 땅의 백성들이  염천의 삼복더위를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들도 알겠지만 너희와 더불어 이 땅의 복달임을  감당하던 개들은 일찍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공로를 인정받아 견공(犬公)으로 불리더니 반려동물의 경지를 넘어서 급기야는 동반가족으로 격상이 되었다.
당연히 자신을 죽임으로써 어짊을 이루는 복달임의 의무도 면제되었다.

위 사진 속 나의 손자 녀석이 목줄을 채워 데리고 있는 머핀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가
나의 또 다른 손자라니 참으로 나로선 괴이하고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겠느냐?
이미 대세는 기울어 흐름을 어찌할 수 없는 세태가 된 지가 오래다.
이는 견공들을 죽임으로써 얻는 유익보다 그들을 살려둠으로써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이 땅의 백성들의 평가가 수반된 일이라 나로서도 달리 방도가 없다.
더러는 그대들을 반려 동물로 여기는 이들도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백성들은 살신공양을 통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그대들의 임무를 더 높이 사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고 그대들의 소임을 다 할 지어다.
아직은 요원해 보일지라도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하여 살신성인으로 복덕을 짓다 보면
인간 환생의 첩경에 다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제 다 큰 토종닭을 사용하는 나의 ‘삼계백숙 끓이는 법’을 소개코자 한다.
이는 나의 레시피를 홍보함으로써
삼계탕이니 영계백숙이라 해서 무참히 살육되는 어린 계공들의 희생을 줄이고자 하는 뜻도 숨겨있음을 밝혀둔다.

1. 나는 이처럼 살아있는 다 큰 계공들을 선호한다. 나는 주문하고 값을 지불할 뿐 지목하지 않고 선택은 철저히 손에 피를 묻히는 자의 몫이다.
이는 상대방의 전문성에 대한 배려지만 살생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려는 나의 얄팍한 술수도 숨겨져 있음을 고백한다.

 
2.  내 식탁에 오르기 위한 조리를 위하여 핏물 빼기 등 관욕(濯浴)을 마친 계공이다.
3kg는 족히 나가고 산닭을 잡은 거라 모래주머니와 발목도 덤으로 따라왔다.

 
3. 여기에 손수 농사지은 마늘도 한 줌 넣고 준비해 둔 수삼도 넉넉히 넣는다.

 
4.  이제 소금으로 밑간을 좀 하고 푹 끓여주면 된다.
사실 백숙이나 탕처럼 물을 넣고 끓여주는 음식은 재료가 음식 맛을 좌우하는 것이지 황금레시피 운운하는 것은 개수작에 불과하다.

 

5.  하늘과 땅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김제(金堤) 산 동진찰이라는 품종의 찹쌀로 별도로 밥도 지어 놓는다.



6.  다 된 백숙이다.
맛은 차치하고 지름 30cm 넘는 접시에 가득 찬 풍성함과 그 쫄깃한 질감이
젓가락으로 헤쳐 먹는 영계백숙이나 감질나게 먹는 삼계탕과 어디 같겠느냐?


7.  이처럼 오이부추무침과 고구마순 김치를 곁들여 닭고기로 소증(素症)을 달래고 시원한 국물에 찹쌀밥으로 입가심을 한다면 복달임으로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