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치미를 담갔습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동치미 담그기에 적당한 크기의 아주 맛있는 무를 얻었어요.
지난해 가을 파종기를 훨씬 지나서 비가림 비닐하우스에 무를 심었는데, 작아서 수확도 하지 않고 방치해 두었던 녀석들입니다.
물 공급이 끊어진 상태에서 거의 한 달여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철이라 성장을 거의 멈춘 채, 조직이 치밀해지고 맛이 월등한 무로 변신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손질과 세척을 끊낸 무, 보기에도 맛있게 보이지요.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소금 간으로 겸양지덕(謙讓之德)을 익히는 중입니다.
전문용어로는 ‘간 죽인다.’는 살벌한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모든 음식이 주재료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죠.
궁합이 잘 맞는 부재료가 어우러져야 음식의 풍미가 사는 법입니다.
부재료로 홍고추, 간 마늘과 생강, 쪽파와 갓을 사용할 것입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고
홍고추, 간 마늘과 생강은 사진에서 처럼 다시 백에 넣어 숙성과정에서 맛이 우러나오면 미련 없이 떠나갈 것입니다.
반면에 쪽파와 갓은 미미하지만 끝까지 남아서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할 것입니다.
부재료를 모두 이처럼 숙성 용기의 밑바닥에 깔아 줍니다.
그 위에 주재료인 무를 켜켜이 넣은 다음에
무가 남주인공이라면 상대 배역인 여주인공에 해당하는 새우젓이 가미된 묽은 찹쌀죽을 부어 주세요.
사골 국물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밀폐 용기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면 영양 만점의 맛있는 우리집표 동치미가 완성될 것입니다.
숙성기간은 기온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방을 하지 않는 시골집 주방에서 1주일 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후에는 냉장 보관 후에 그때그때 즐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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