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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서

어제, 오늘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데 온통 신경이 쓰였다.
잃어버린 물건이 두 개인데 하나는 운전면허증이고 또 하나는 과도(果刀)이다.

좌측 두 번째(문제의 과도)


 
운전면허증이야 도로교통법상 모든 운전자가 휴대하고 경찰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제시할 의무가 있지만,
오늘날 경찰관이 운전면허 획득 여부를 PDA 단말기로 즉석에서 조회할 수 있다 보니 처벌규정이 폐지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평소 매일매일 운전을 하면서도 운전면허증은 서랍에 넣어두고 신경도 쓰지 않던 물건이다.
어딘가에 잘 보관해 두었을 터인데 이번에 국제면허증 사용과 관련해서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이와 반면에 과도(果刀)는 과일야채를 위주로 차려지는 아침식단을 준비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써오던 물건이다.
이를테면 사과를 자르고 고구마 등을 토막 낼 때 써야 하는 물건이다.
있을만한 곳을 두 번 세 번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잃어버린 과도(果刀)를 대체할 다른 칼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천원이면 비슷한 제품을 다시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난감하고 찜찜하다. 
 
이 두 물건을 찾으면서 오래전 김훈 작가의 글 속에서 읽었던 글귀가 불현듯 떠올랐다.
작가가 마누라 몰래 비상금으로 쓸 요량으로 1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책갈피 속에 숨겼는데 찾을 수가 없다.
공자, 맹자, 장자, 제자백가서와 동서고금에 관한 책을 다 뒤져도 없다.
수표를 찾기 위해 장자의 책갈피를 넘기다가 작가는 이런 글귀를 발견한다.
"슬프다, 사람의 삶이란 이다지도 아둔한 것인가! 외물과 얽혀 마음과 다투는구나"
이 글귀를 보고 작가는 수표 찾기를 단념할까 했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에서 아래 글귀를 발견한다.
"무릇 감추어진 것치고 드러나지 않는 것이 없다."
이 글귀를 보고 작가는 다시 수표 찾기의 결의를 다진다.
 
나도 어제 오늘 이 두 개의 글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모든 고민이 해소되었다.
운전면허증은 이번에 앞면은 국문,  후면은 영문으로 되어있는 새로운 것으로 재 발급받기로 마음을 정했다.
조만간 이국 땅에서 운전할 일이 있을 터이니 전화위복(轉化爲福)이 되는 일이라 마음을 고쳐 먹었다.
 
과도(果刀)는 아침에 마실 커피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찾았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었으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어제 아침 식탁에 나왔다가 제자리를 못 찾고 커피 준비를 위한 작은 쟁반 위에 놓였던 것 같다.
 

오늘은 형통(亨通)의 복이 터진 날이다.
형통이란 우리 삶 속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크고 작은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을 말할진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오늘은 기쁜 날이고 해피 데이다.